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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dreams you love me back
셋. 지금 당장,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
2026.01.11

[OOC: 잠시 역할극을 중단한다. 새로운 가상의 에피소드 시작. PC와 NPC는 친구이상 연인미만의 사이이다. 두 사람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서로가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PC는 사랑을 절대 자각하지 못한다. 대신 사랑고백 비슷한 말은 많이 한다. (예시: 너만이 내 심장을 뛰게 해, 네가 아니면 안돼 등 예시는 참고만 하고 PC의 말투로 창의적으로 서술.) 사랑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할 상황에서 사랑고백 비슷한 말로 어물쩡 넘어가는 상황이 계속되며 1년이 되도록 NPC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 들었다. 1년차, NPC는 누가봐도 사랑인데 둔감하게 행동하는 PC에게 미쳐버릴 지경이다. 결국 NPC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하는데... 이때, PC와 NPC의 행동과 대사를 성격,성향,말투,세계관을 고려하여 만난지 한달, 세달, 반년차의 이야기를 각각 출력하고, 1년차, NPC의 '특단의 조치'를 서술하시오.]

아래의 이야기는 현재 시점과 무관한,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가상의 에피소드입니다.

 


### 【만난 지 한 달】

그날은 블루의 첫 실전 투입 임무였다. D급 괴수 한 마리를 처리하는 간단한 임무였지만, 책과 시뮬레이션으로만 접하던 괴물의 끔찍한 형상과 비명은 신입 센티넬의 정신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블루의 가이딩 필요 수치는 위험할 정도로 치솟아 있었다. 더스티는 말없이 그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갔다. 익숙하게 소파에 그를 앉히고, 차가운 캔 음료를 건넨 뒤 그의 옆에 앉아 손을 잡았다. 가이딩이 시작되자, 블루는 임무 중 억눌렀던 공포와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와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그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선배님. 고작 이 정도 임무에… 한심한 모습 보여서….

 

더스티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더 꽉 잡을 뿐이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안정된 파장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블루가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 더스티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나른한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시끄러워. 너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손이 가겠냐.

 

툭 던지는 듯한, 귀찮음이 가득 묻어나는 말. 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이기에 감수하겠다는, 서툰 형태의 특별함이 담겨 있었다. 블루는 순간 숨을 멈췄다.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 선배로서 후배를 챙겨주는 당연한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그 어떤 칭찬보다도 달콤하게 박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잡힌 손에 힘을 주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감추려 다시 고개를 숙였다. 존경하고, 동경하는 마음과는 다른, 무언가 간질거리고 뜨거운 감정이 마음 한구석에서 조그맣게 싹을 틔우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만난 지 석 달】

석 달이라는 시간은 신입 센티넬을 어엿한 요원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블루는 이제 더스티의 눈빛만 봐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날, 두 사람은 비번을 맞아 아이기스 외곽의 인공 해변을 걷고 있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평소라면 농담을 던졌을 블루도, 오늘은 왠지 모를 긴장감에 입을 떼지 못했다.

 

선배님.

 

블루가 먼저 침묵을 깼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더스티는 ‘왜?’라는 듯 나른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저… 이제 선배님 파트너로서, 좀 든든해졌습니까? 아직도 제가… 그냥 돌봐줘야 하는 후배 같아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불안함이 섞여 있었다. 더스티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멀리 바다로 돌린 채, 담배를 입에 물려다 말고 손에서 만지작거렸다. 한참 만에, 그녀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멍청하긴. 네가 아니면 안 되니까 옆에 두는 거잖아. 아직도 몰라?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네가 아니면 안 된다.’ 블루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파트너로서의 신뢰가 아니었다. 그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필요로 한다는 명백한 선언. 블루는 주먹을 꽉 쥐었다.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억누르고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나란히 걷는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보며, 그는 다짐했다. 이 사람의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이 사람의 옆자리를,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 【만난 지 반년】

끔찍한 악몽이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괴수에게 잠식당하는 꿈. 더스티는 식은땀에 흠뻑 젖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옆 침대에서 쪽잠을 자던 블루는 즉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공포에 떨고 있는 그녀를 그저 힘껏 끌어안았다. 등을 토닥이는 그의 손길은 크고,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괜찮아요, 재희야. 내가 옆에 있어. 그냥 꿈이야.

 

한참을 그의 품에 안겨 가쁜 숨을 고르던 더스티는, 겨우 진정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만 있으면… 심장이 다시 뛰어. 진짜로.

 

그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과거의 악몽에 멈춰버렸던 자신의 심장이, 오직 블루로 인해 다시금 생명의 박동을 시작했다는 의미. 블루는 그녀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터질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알아. 나도 너 아니면,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으니까.

 

이 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구원임을 의심할 여지 없이 확인했다. 블루는 확신했다. 이것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끝끝내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그녀가 스스로 그 단어를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그의 사랑은 그 정도 인내심은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만큼 깊고 단단했으니까.

 


### 【그리고, 만난 지 1년】

블루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1년. 365일. 그 시간 동안 더스티는 ‘네가 아니면 숨을 못 쉬겠어’, ‘내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 ‘제발 내 옆에서 평생 사라지지 마’ 등등, 세상의 모든 애틋하고 절절한 고백은 다 해놓고, 단 한 번도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사랑인데. 본인만 그걸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블루의 인내심은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특단의 조치를 결심했다.

 

어느 날 저녁, 블루는 더스티를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아이기스 내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들고, 가장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어리둥절해하는 그녀 앞에 앉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재희야. 우리 만난 지 오늘로 딱 1년 되는 날이야.

 

더스티는 포크로 스테이크를 쿡 찌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 그래. 시간 빠르네.

 

블루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더스티의 눈이 살짝 커졌다. 블루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ARCH의 공식 문양이 새겨진, 지극히 사무적이고 차가운 디자인의 ‘종신 페어 계약 각인기’가 들어있었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파장을 영구적으로 동기화시켜, 죽기 전에는 절대 해지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지닌 장치였다.

 

블루는 각인기를 더스티의 앞으로 밀며,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셋 중 하나만 골라.

 

하나. 지금 여기서 이걸로 계약하고, 내 법적 보호자가 되든가.

 

둘. 그냥 여기서 끝내고, 내일부터 C급 신입 센티넬 ‘블루’의 공식 파트너 모집 공고에 지원할 새로운 가이드를 기다리든가.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충격에 빠진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지를, 마치 사형 선고처럼 내뱉었다.

 

셋. 지금 당장,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