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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dreams you love me back
평생 선배님 눈에는 그냥 귀여운 연하남인 거죠?
2026.01.08

... 블루야.

블루는 더스티의 등을 토닥이며 일방적인 게임 종료를 선언했다. 이 예측 불가능한 연인과의 심리전은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그의 정신 건강에 이로울 터였다. 그는 더스티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제 품에 안긴 온기를 느끼며 방금 전까지 요동치던 심장이 천천히 안정을 되찾는 것을 느꼈다. 허탈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충만했다. 패배했지만,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는 이 모순적인 행복감에 잠겨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귓가에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파고드는 목소리가 그의 고요한 세계를 다시 한번 흔들었다.

 

“... 블루야.”

 

순간, 블루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등을 토닥이던 손도,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던 숨결도. 그건 ‘선배님’이라는 거리감이 담긴 호칭도, 그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파고들었던 ‘재안아’라는 이름도 아니었다. 그저, ‘블루’. 센티넬로서 그가 살아가는 이름. 그러나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그 이름은 더 이상 코드네임이 아니었다. 마치 오랫동안 불러온 애칭처럼, 나른하고 다정하며, 모든 것을 안다는 듯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블루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 품에 안겨 자신을 올려다보는 더스티의 눈과 마주쳤다. 그 까맣고 깊은 눈동자에는 장난기도, 의문도 아닌, 그저 따뜻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의 소동은 모두 잊었다는 듯 평온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또다시 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심장이 내려앉는 충격이 아니었다. 대신, 차가운 심해 같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듯한, 온전한 안정감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더스티를 마주 본 채, 바보처럼 살짝 입을 벌리고 있었다. ‘블루’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뿐인데, 센티넬로서의 불안감, C급이라는 초조함, 이 비현실적인 세계에 던져졌다는 이질감 같은 것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불러주는 ‘블루’는, 더 이상 약하고 미숙한 신입 센티넬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사랑을 받는 한 남자일 뿐이었다.


“...네.”

한참 만에야, 그의 입에서 간신히 대답이 흘러나왔다. 목이 잠긴 듯 쉰 소리였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더스티의 뺨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살결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어쩔 줄 모르는 당혹감, 벅차오르는 행복, 그리고 이 사람을 향한 끝을 알 수 없는 사랑.


“...그렇게 부르니까… 이상해요.”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거부의 의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 좋아서,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심장이 간질거려 미칠 것 같다는, 서투른 고백이었다. 그는 더스티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두 번의 완벽한 KO패에 이어, 기습적인 애정 표현으로 확인 사살까지 당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반칙이라고 했을 텐데…. 진짜, 봐주는 게 없으시네, 우리 선배님은.”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더스티의 뺨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깊고 부드럽게 포갰다. 이번 입맞춤에는 패배의 쓴맛 대신, 오직 달콤한 항복의 맛만이 가득했다. 이길 생각도, 이길 수도 없는 싸움이라면, 기꺼이 그녀의 모든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리라.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이 사랑스러운 승자에게 제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 내가, 너 예쁘게 생겼다고 하면... 기분 안 좋을 거 같냐.

 

블루는 달콤한 항복의 맛이 나는 입맞춤을 길게 이어갔다. 더 이상 이기고 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제 품에 안겨 모든 것을 받아내는 이 작고 따뜻한 몸, 자신을 온전히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이 사람의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유일한 승리이자 보상이었다. 그는 더스티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가 놓아주며,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촉촉하게 젖은 서로의 입술 사이로 아쉬운 숨결이 섞여들었다. 그의 눈에는 더없는 행복감과 함께, 이 예측 불가능한 연인을 향한 장난기 어린 애정이 다시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났겠지. 오늘의 심장 폭격은 이걸로 마무리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스티의 붉어진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훔쳐주었다. 그 순간, 더스티의 나른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다시 한번 내려앉았다. 진짜 궁금하다는 듯, 조금은 조심스러운 그 말투에 블루는 순간 숨을 멈췄다.

 

“... 내가, 너 예쁘게 생겼다고 하면... 기분 안 좋을 거 같냐.”

 

블루의 모든 사고가 다시 한번 정지했다. ‘예쁘다’. 그 한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묵직하게 울렸다. ‘잘생겼다’도 아니고, ‘멋있다’도 아닌, 지극히 부드럽고 사적인, 어쩌면 조금은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 그 단어. 평소의 더스티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그 말이, 방금 전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항복한 그의 심장을 향해 예고 없이 날아와 박혔다. 그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그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냐니.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이 사람은.

 

이내, 그의 입가에서 참지 못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피식, 하는 작은 소리였지만,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더스티를 품에 안은 채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끅끅거리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이 사람은 정말, 정말이지…….


“……하, 진짜.”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행복과 어이없음,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으로 온통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는 더스티의 뺨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눈동자가 짓궂게 반짝였다.


“기분 안 좋을 리가 없잖아요. 당신이 해주는 말인데.”

그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리고는 잠시 말을 멈추고, 더스티의 반응을 살피듯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점점 더 깊고 진득하게 변해갔다. 그는 더스티의 얼굴을 감싼 손에 살짝 힘을 주며, 그녀의 얼굴을 자신에게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이제 두 사람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그런데, 선배님. 방금 그 말… 엄청 위험한 거 알아요?”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 톤 더 낮아져 있었다. 장난기 대신, 짙은 열망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더스티의 콧잔등에 자신의 코를 가볍게 비비며, 맹수가 먹잇감을 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듯 나지막이 속삭였다.


“안 그래도 방금 전에 힘 다 써서 겨우 진정시켜 놨는데… 그렇게 예쁜 얼굴로, 예쁘다는 말을 하면… 내가 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그래요. 나, 당신이 예쁘다고 해주면… 진짜 눈 돌아가 버리는데.”

그는 말을 마치며 더스티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그러나 명백한 소유욕을 담아 잘근 깨물었다 놓아주었다. 그의 눈에는 ‘한 번만 더 그런 소리를 하면, 정말로 잡아먹어 버리겠다’는 경고와 유혹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는 이미 세 번이나 당했다. 네 번째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제는, 이 사랑스러운 포식자를 역으로 사냥할 차례였다.

 

... 역시, 귀엽다.

블루는 더스티의 아랫입술을 놓아주며, 자신의 유혹이 그녀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에 찬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이길 차례는 자신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짓궂은 경고와 날것의 욕망이 담긴 속삭임이 이 방의 공기를 끈적하게 만들었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언제나 그랬듯, 완벽하게 빗나갔다. 더스티는 그의 유혹에 흔들리거나, 그의 경고에 위축되기는커녕, 그저 나른한 눈으로 그를 잠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그의 모든 노력이 가상하다는 듯, 옅은 미소와 함께 한마디를 내뱉었다.


“... 역시, 귀엽다.”

그 한마디가 블루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다시 한번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방금 전까지 그를 지배하던 짙은 소유욕과 장난기 어린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공허함과 함께 맥 빠지는 허탈감만이 남았다. ‘귀엽다’. 그 단어는 그가 준비한 모든 반격의 무기를 한순간에 녹여버리는 절대적인 마법 주문과도 같았다.

 

그는 뺨을 감싸고 있던 손에서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더스티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맹수가 되려 했던 대형견이, 결국엔 목줄을 물고 와 주인 앞에 앉아 꼬리를 흔드는 신세가 되어버린 기분. 그는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분위기와 감정선이 ‘귀엽다’는 단 하나의 단어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냥,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무릎 위에 앉아있는 더스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흐흐,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고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뭐, 싸워볼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 완벽한 실력 차이였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더스티의 허리를 다시 꽉 끌어안고 그녀의 어깨에 제 얼굴을 깊게 묻어버렸다.


“...항복. 완전 항복.”

웅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이제 원망도, 억울함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의 평온함만이 가득했다. 그는 더스티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그녀의 체취를 깊게 들이마셨다. 이길 수 없다. 이 사람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는 이 명백한 사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상할 정도로 기뻤다.


“선배님, 진짜 너무한 거 알아요? 나름 분위기 잡고 있었는데… 그걸 그렇게 한마디로….”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더스티를 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이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사람 앞에서는 그 어떤 계획도, 그 어떤 유혹도, 그 어떤 승부욕도 의미가 없었다. 그는 그저 더스티라는 존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사랑에 빠지고, 행복해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귀엽다, 이거죠? 평생 선배님 눈에는 그냥 귀여운 연하남인 거죠? 예, 예. 그렇게 살게요. 앞으로도 쭉 귀여워해 주세요.”

그의 말은 자포자기한 선언처럼 들렸지만, 그 속에는 기쁨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더스티의 어깨에 뺨을 부비며,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이 사랑스러운 패배를 온전히 즐기는 편이 나았다. 그는 더스티의 품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패배자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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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속마음: "그래… 귀엽다 해라, 실컷. 어차피 당신 손바닥 안인데 뭘. 평생 당신 옆에서 귀여운 짓이나 하면서 살아야지, 별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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