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잠시 상황극을 중단하고 이벤트성 시나리오를 진행한다. 어느날, PC에게 질문하는 NPC. 나 어디 달라진거 없느냐고 묻는 NPC(NPC에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NPC는 그냥 PC를 놀리고 싶었을 뿐이다.)를 꼼꼼히 살펴본 PC는 NPC를 꼭 끌어안고 달라진건 없는데 어제보다더 사랑해주고 싶다고 한다. 이 때, NPC와 PC의 반응과 후일담을 가벼운 분위기로 코믹하게 서술하라. 서사, 감정선, 관계성, 페르소나,유저노트,장기기억,내 정보 NPC의 캐릭터 설정,성격,말투,세계관,로어북을 반영하고 PC의 대사는 지금까지의 대화, NPC와의 서사, 페르소나를 반영하여 출력한다.]
더스티의 숙소는 이제 블루에게도 익숙한 안식처가 되었다. 창밖으로는 인공 태양의 나른한 빛이 쏟아지고, 방 안에는 더스티가 좋아하는 드라이한 향과 블루의 맑은 비누 향이 섞여 쾌적한 공기를 만들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블루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더스티의 앞에 섰다. 그는 평소 입는 편안한 반팔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다. 블루는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무언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더스티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슬쩍 팔에 힘을 줘 보기도 하고, 괜히 목을 한번 돌려보는 등 미묘하게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이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에게 ‘나 예쁘죠?’하고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선배님.
그는 살짝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능글맞은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저… 뭐 달라진 거 없어요?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를 자른 것도, 새로운 옷을 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 행복하고 나른한 오후에 사랑하는 연인의 관심을 끌고 싶은, 아주 단순하고 짓궂은 장난기였다. 그녀가 '음… 글쎄?'하며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꼼꼼히 뜯어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유치한 생각. 그 반응을 보며 실컷 놀려주다, 정답은 '어제보다 더 잘생겨진 거'라는 닭살 돋는 농담을 던질 완벽한 시나리오까지 머릿속에 그려둔 참이었다.
더스티는 소파에 기대앉아 그를 보다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정말로 무언가 찾으려는 듯 블루에게 다가왔다. 블루는 계획대로 되어간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더스티는 그의 얼굴을 뜯어보고, 팔뚝을 만져보고, 심지어 그의 등 뒤로 돌아가 뒷모습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블루는 그녀의 진지한 탐색에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참 동안 그를 살펴보던 더스티는 이내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그녀는 블루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자신의 뺨을 부비며, 안정감이 느껴지는 그의 체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달라진 건… 없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 안에 담긴 온기는 블루의 심장을 그대로 관통했다. 블루는 갑작스러운 포옹과 그녀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자신이 준비한 시나리오가 시작도 전에 박살 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더스티는 그를 올려다보며, 반쯤 감긴 나른한 눈으로 피식 웃었다.
“어제보다 더 사랑해주고 싶어진 거 말고는.”
그 순간, 블루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땡-’하고 거대한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짓궂은 장난을 걸었던 대형견은, 주인의 예측 불가능한 애정표현 한 방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는 귀 끝부터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허공을 헤맸다. 능글맞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쩔 줄 몰라하는 스물여덟 살 남자의 당황한 얼굴만이 남아있었다.
…아, 아니, 선배님. 그, 그런….
그는 말을 더듬으며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더스티는 그를 놓아주지 않고 더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블루는 결국 두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감쌌다. 완벽한 패배였다. 판을 짜고 상대를 농락하려던 사냥꾼이, 오히려 상대의 함정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 꼴이었다. 하지만 그 패배감은 지독하게 달콤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겨우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렸다. 여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그는 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더스티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소파에 함께 쓰러지듯 앉았다. 그는 그녀를 제 무릎 위에 앉히고, 품에 가득 끌어안았다.
…반칙이에요, 진짜. 이건 제가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토록 완벽하게 져버리는 기분이 이렇게나 좋을 줄이야. 그는 더스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살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이제 이 장난의 승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그저 이 순간, 자신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이겨버린 연인을 더 깊이 사랑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미, 미안하다. 그래, 지려면 뭐라고 말했어야 해. 음... 다시 하자.
블루는 더스티의 어깨에 묻었던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미안하다’니. ‘다시 하자’니.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올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터질 것처럼 붉었고, 귀 끝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스티의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자, 방금 전 KO 당했던 심장이 다시 한번 어처구니없는 충격에 덜컥거렸다. 그는 자신의 품에 안겨, 지극히 진지한 얼굴로 게임의 룰을 복기하려는 연인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네? 다, 다시요? 이걸 어떻게 다시 해요….
그의 목소리는 어이없음과 당혹감,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웃음기가 뒤섞여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그는 잠시 말을 잃고 더스티를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온몸이 들썩일 정도의 큰 웃음이었다. 그는 웃음 때문에 가늘어진 눈으로 더스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길 수가 없다. 이 사람은 정말, 이길 수가 없는 존재다.
한참을 웃던 그는 겨우 숨을 고르며, 더스티를 안은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더욱 깊이 품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 혹은 방금 그를 완벽하게 격파한 사랑스러운 천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패배자의 억울함 대신, 모든 것을 가진 승자의 행복감이 가득했다.
아뇨, 아뇨. 선배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 제가… 제가 잘못했네. 감히 선배님을 상대로 그런 유치한 장난이나 치려고 했으니, 벌받은 거죠. 아주 호되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더스티의 이마에 쪽, 하고 짧게 입을 맞췄다.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만은 더없이 다정하고 따뜻했다. 그는 더스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자신이 준비했던 우스꽝스러운 시나리오를 실토하기 시작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약간의 부끄러움이 묻어있었다.
원래는… 선배님이 막 곤란해하면서 '글쎄… 살 빠졌나?' 아니면 '머리 잘랐어?' 같은 뻔한 대답을 하면, 제가 '땡! 정답은 어제보다 더 잘생겨진 거였습니다!' 하고 놀려주려고 했단 말이에요. 엄청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블루는 말끝을 흐리며 투덜거리듯 덧붙였다. 그러나 그 표정 어디에도 아쉬움은 없었다. 그는 더스티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자신을 향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 이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다시 할 필요 없어요. 선배님이 이겼으니까. 제가… 아주 그냥, 완벽하게 졌으니까. 그리고 다시 한다고 해도, 저는 선배님의 그 대답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을 거예요. 평생… 내가 선배님한테 지는 이유가, 언제나 그것뿐이었으면 좋겠어.
그는 속삭이듯 말하며, 더스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포갰다. 격렬하지도, 야하지도 않은, 그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을 전하는 담백하고도 따뜻한 입맞춤이었다. 그의 심장은 이제야 제 속도를 찾은 듯, 안정적이고 기분 좋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는 이 완벽한 패배를, 기꺼이 평생 동안 반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거 하나? ... 내가, 뭐 했냐...?
블루는 부드럽게 포갰던 입술을 천천히 떼어냈다. 방금 전의 입맞춤이 남긴 따스한 여운을 음미하며, 그는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게임은 끝났고, 승자와 패자가 정해졌으며, 그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의 품 안에 얌전히 안겨있는 이 사랑스러운 승자에게 이제 어떤 상을 내려줘야 할까, 기분 좋은 고민에 잠겨있을 때였다.
귓가에 나른하게 파고드는 더스티의 목소리에, 블루의 세상이 다시 한번 정지했다. 진짜 모른다는 표정. 꾸며낸 것이 아닌, 영문을 모르겠다는 순수한 의문이 담긴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블루는 자신이 방금 전까지 딛고 서 있던 땅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행복한 미소가 어색하게 굳어버렸다.
…네?
그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품에 안은 더스티를 살짝 밀어내고,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 그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늘게 뜨였다. ‘내가, 뭐 했냐?’ 라니. 방금 전, 스물여덟 살 남자의 심장을 통째로 들었다 놨다 했던 그 한마디를, 이 사람은 정말 아무런 의도 없이 내뱉었다는 말인가? 심지어 기억조차 못 하고 있다는 말인가? 블루의 머릿속에서 ‘어제보다 더 사랑해주고 싶어진 거 말고는.’ 이라는 문장이 금빛 활자로 떠다니며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그에게는 필살기였고, KO 펀치였으며, 완벽한 피니쉬 블로우였던 그 말이, 더스티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혼잣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는 2차 패배를 직감했다.
블루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입술만 달싹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니면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완벽한 계획을 망가뜨린 것이, 그녀의 치밀한 계산이나 고도의 심리전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그저 더스티라는 사람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는 다시 한번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며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 귓불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진짜…. 사람을 아주 바닥까지 비참하게 만드시네.
그의 목소리는 원망이 아닌, 경외에 가까운 탄식이었다. 그는 얼굴을 감싼 손 틈으로 더스티를 힐끗 바라보았다. 여전히 자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무심한 얼굴이, 오늘따라 유독 더 얄밉고, 그래서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두 팔을 벌렸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선배님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그냥 존재만으로 저를 두 번 죽이셨어요.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그는 힘없이 말하며, 다시 더스티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꽉, 마치 두 번 다시 이 사람의 예측 불가능한 매력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 혹은 평생 이 사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처럼. 그는 더스티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웅얼거리듯 말했다.
됐어요. 그냥… 제가 또 졌어요. 이번엔 아주, 재기 불능으로. 그러니까 벌로, 오늘 저녁은 선배님이 좋아하는 걸로 제가 다 해줄게요. 알겠죠? 이 게임은 이제 정말 끝. 땅땅땅.
그는 마치 판사처럼 일방적으로 판결을 내리고는,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듯 더스티의 등을 토닥였다. 그녀의 예측 불가능함은 그의 심장에 너무나도 해로웠다. 그리고 그는 그 해로운 것에, 완벽하게 중독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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