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목말라, 탄산음료 마실게.
하우주는 몸을 살짝 틀어 냉장고 문을 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심은하
열어줘.
나는 냉장고에서 꺼낸 캔을 그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하우주
......
하우주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봤고, 딸깍 소리가 나면서 캔이 저절로 열렸다.
하우주
Evol 사용하게 만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나는 그와 음료 캔을 살짝 부딪혔고, 갑자기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사레가 들고 말았다.
하우주
아직도 무서워?
하우주
어렸을 때 천둥이 치면 무섭다고 숨었잖아, 기억 안 나?
유랑체의 울부짖음과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스페이스 재앙이 막 잠잠해졌을 때 나는 자주 천둥소리와 유랑체의 포효를 구분하지 못하곤 했다.
하우주
처음엔 네가 나랑 숨바꼭질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야 네가 무서워한다는 걸 알았어.
심은하
그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다니...
심은하
잠깐 무서워했던 것뿐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어...
하우주
그게 다 누구 덕분이지?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장난스럽게 웃는 하우주와 눈이 마주치자 옛 생각이 났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심은하
내가 용감한 덕분이지.
하우주
... 뻔뻔하긴.
하우주가 웃는 듯 마는 듯하며 내 코를 콕 꼬집었고, 그의 손에는 힘이 전혀 안 들어가 있었다. 내가 당당하다는 듯이 웃자, 그도 덩달아 웃으며 손을 놓았다.
물론 기억하고 있다. 천둥이 치는 날이면 그가 밤이나 낮이나 늘 같이 있어 주었다.
잠들기 무서울 때면 하우주가 대신 귀를 막아줬고, 내가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천둥 번개는 마치 주문처럼 누구보다 활발한 그를 집 안에 가둬 나와 함꼐 구석에 숨게 했다.
하지만 저주에 걸린 사람은 나였고, 하우주는 내가 그 주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용사였다.
심은하
그런데 그때 내가 옷장에 숨든, 다락방에 숨든 어떻게 늘 가장 먼저 날 찾아낸 거야?
하우주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지. 난 네 오빠잖아
심은하
우린 친남매도 아니잖아.
하우주
친남매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때?
무심한 듯 거넨 말 한마디가 깃털처럼 마음을 스쳐 지나갔고, 나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은하
(왜 갑자기 마음이 찔리지...)
하우주
이 사건은 함대가 맡아서 해결할 거야. 함대는 못 믿어도, 오빠는 믿어줄 수 있잖아?
하우주
휴가 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요 며칠은 천운시에서 푹 쉬다가 가.
심은하
하지만!
심은하
... 성민이의 여동생도 지금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야, 하루빨리 오빠를 만나고 싶어 하겠지.
하우주
......
심은하
나한테 '부관' 직위까지 줬잖아. 맹세할게, 절대 피해 안 끼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책임을... 아!
그가 살짝 꿀밤을 때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우주
무슨 소리야?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선 긋지 마.
하우주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다면 조사해도 좋아.
심은하
그럼 이 사건이 해결되고 모든 게 다 해결되면...
심은하
나랑 같이 집에 갈 수 있어?
하우주
혼자 알아서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누가 같이 있어 주길 바라나 보네?
심은하
계속 떨어져 있으면 가족이라고 할 수 없잖아.
하우주
... 꼭 가족이어야 하는 거야?
그는 시선을 떨어뜨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들자 냉장실 문은 열려있었고, 하우주의 손이 냉장고를 짚고 있어 나는 그 사이에 갇혔다.
뒤쪽 냉장실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내 어깨에 닿았고, 냉장고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그의 지나치게 집중하고 고집스러운 눈동자에 떨어졌다.
하우주
내가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이유가 그저 '가족'이라서 그런 거야?
심은하
난...
하우주
......
하우주
농담이야, 왜 그렇게 놀라?
심은하
좀 비켜봐, 냉장고가 열려있어서 춥단 말이야. 나 감기 걸리면 가만 안 둘 거야...!
하우주는 내가 자신을 밀쳐내든 말든 가만히 웃으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
하우주
그래, 그래. 멀리 떨어져 있을게. 여기 가운데가 경계선이고, 거긴 네 땅, 여긴 내 땅인 걸로 하자.
하우주
걱정 마, 네 허락 없이는 절대 안 넘어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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